2023년 세계 경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한상춘의 World View]

입력 2022-12-13 17:32   수정 2022-12-14 01:00

올해 초 비교적 낙관적으로 출발한 세계 경제가 지난 2월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제봉쇄 조치, 미·중 경제패권 다툼, 신흥국 금융위기, 대영제국 분열, FTX 파산 사태 등과 같은 대형 변수가 순차적으로 발생하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올해 발생한 대형 변수는 유독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훼손’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 종전과 다르다. 세계적인 예측기관들이 1년 전에 내놓은 전망치를 비교해 보면 대형 변수들은 세계 경제성장률을 2.5%포인트 이상 떨어뜨리고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다.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이다.


토끼의 해인 내년 세계 경제는 올해 각국 중앙은행이 추진한 금리 인상 후유증과 새롭게 발생할 테일 리스크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일 리스크란 정규분포상 양쪽 끝에 해당하는 것으로 종전의 이론과 관행으로 생각하지 못한 리스크를 말한다. 가장 확률이 높은 테일 리스크는 이상기후에서 비롯한 디스토피아 문제다.
7대 新위기 징후에 빠진 미국
국가별로 보면 미국 경제는 조 바이든 정부가 집권 전반기도 채 끝나기 전에 흔들리면서 급기야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공화당에 넘겨줬다. 바이든 정부 집권 후반기 첫해가 될 내년 미국 경제는 ‘공화당’이라는 최대 제약 변수 속에 종전과 다른 새로운 위기 징후들을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선거 이후 많이 거론되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7대 위기 징후는 마냐냐 위기(manana crisis), 착한 정책의 역설(angel policy paradox),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 무각통증(disregard), 신 넛 크래커(neo nut cracker), 더 큰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 핀볼 위기(pinball crisis) 등이다. 7대 신위기 징후에 빠진 미국 경제의 고민은 2022년 8월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 참가한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입을 통해 노출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통화정책 여건이 뉴 앱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파월의 발언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불균형 이론’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대목이다. 불균형 이론의 요지는 이렇다. 특정 사건을 계기로 균형점에서 이탈했을 때 종전 이론에서는 시장 조절 기능에 의해 이 점에 수렴한다고 봤다. 하지만 이 이론에서는 시장 조절 기능이 무너져 균형점에 도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내년 미국 경제는 의외로 큰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 예측기관이 내놓은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은 0.5~1% 범위다. Fed가 추정하는 미국 경제 잠재성장률이 1.75%인 점을 감안하면 오쿤의 법칙(실제 성장률-잠재 성장률)상 0.75~1.25%포인트의 디플레 갭이 발생한다. 지난 3월 이후 회의 때마다 금리를 한 단계씩 높여 인상한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금리를 내리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내년 중국 경제도 커다란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제20차 공산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영수’ 지위에 등극했다. 공산당 주도의 왕정 체제에서 영수 체제는 시진핑 독주의 절대군주제에 해당한다. 미국 언론이 영수를 단순히 정상이라는 의미의 ‘summit’보다 위대한 통치자를 뜻하는 ‘great emperor’라고 표기하는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시진핑 독주의 영수 체제에서는 공산당 목표부터 수정됐다. 대내 목표인 샤오캉을 ‘공동부유’로, 대외 목표는 일국일제를 조기에 완성하고 중국 중심의 질서인 ‘팍스 시니카’ 야망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종전과 다른 점은 목표 시한을 정하지 않아 시진핑의 종신 집권 야망이 숨겨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 영수 체제 中 ‘계획·폐쇄 경제’로
경제 운영 계획도 180도로 바뀐다. 고도성장기의 한 축인 ‘시장경제’는 ‘계획경제’로, 또 다른 축인 ‘개방경제’는 ‘폐쇄경제’로 환원된다. 신경제 운영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리커창·류허·이강 등 미국 유학파에서 리창·허리펑을 쌍두마차로 하는 국내파로 대거 교체된다. 한마디로 ‘리커노믹스’에서 ‘시지노믹스’로 대체해 경제 분야까지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대외적으로는 보유 외화 대출을 통한 1단계 일대일로 계획이 자금 수여국의 부채 함정과 디폴트로 부작용이 컸던 만큼 위안화 결제망 확대와 디지털 위안화의 기축통화 계획에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수정해 추진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부문 패권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키(key)를 쥐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진핑 영수 체제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반응은 의외로 빠르다. “일단 중국을 탈출하고 보자”는 차이나 엑소더스(기업)와 차이나런(자금) 현상이 심상치 않다. 1978년 개방을 추진한 이후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기업과 자금, 사람을 끌어들인 중국의 투자 매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감에서다. 특히 예측기관들은 차이나 엑소더스 현상이 오래갈 것으로 보고 내년을 포함해 앞으로 상당 기간 중국의 성장률을 낮춰 잡고 있다. 글로벌화가 급진전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성장률 개념 기준인 국내총생산(GDP)은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생산한 부가가치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내년 성장률은 4%대로 목표치인 5.5%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PIGS의 EU 탈퇴 움직임 거세질 수도
내년에는 유럽 통합의 맹주 역할을 담당했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떠난 지 햇수로 3년째가 된다. 포스트 메르켈 시대 첫해인 올해 유럽은 유난히 대형 사건이 많이 발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핀란드, 영국 총리 등이 도덕성 문제에 휘말리면서 급기야는 영국발 금융위기 우려까지 제기됐다. 국가 지도자 문제는 통합력 약화로 직결된다. 영국의 탈퇴로 유럽 통합이 느슨해진 여건에서 유럽 국민이 악몽에 시달렸던 인플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함에 따라 유럽 재정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회원국의 탈퇴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내년에는 PIGS(포르투칼·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의 탈퇴 운동이 의외로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회원국 내 분리 독립운동이 고개를 들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첫 주자는 영국의 스코틀랜드다. 스페인 카탈루냐와 바스크, 북부 이탈리아, 네덜란드의 플랑드르 등도 언제든지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회원국 탈퇴가 잇따르고 분리 독립운동마저 일어난다면 유럽 통합은 붕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대 성장동력인 통합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유럽 경제는 내년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 하나의 변수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면 성장률이 제고되고 인플레가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 통합 균열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완화하는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가 내수 부문의 활력을 되찾아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탈피하기란 쉽지 않다. 내수 부진이 고용과 임금 불안정성 증대, 인구 고령화 진전 등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재정 여건도 크게 악화해 1990년대처럼 정부가 민간 수요를 적극적으로 대체해 촉진하는 데도 임계점을 넘은 지 오래다. 내수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일본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 여건 이상으로 강세를 보이는 엔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야 한다. 2012년 아베 신조가 자민당 총리로 재집권하자마자 엔저를 통해 성장을 지향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현 일본은행 총재를 전격적으로 영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를 추진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의도대로 효과를 거두기보다 국제 금융시장 참가자인 각국 간 갈등만 조장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아베의 엔저 정책이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선진국임에도 인위적인 엔저 유도를 통한 경기 부양은 인접국에 피해를 고스란히 주는 ‘근린궁핍화정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日, ‘소비가 미덕’ 내걸고 내수 진작해야
일본 내부에서도 여론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엔저로 채산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된 내수 업체다. 반겨야 할 수출 업체의 불만도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엔고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업체가 해외로 진출해 엔저가 되더라도 채산성 개선보다 통상 환경만 악화하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가 멈추면 곧바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시각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내수부터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엔저 정책은 내수산업을 더 어렵게 한다. 이 상황에서 수출마저 안 되면 일본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일본이 엔저 정책을 포기하고 인접국에 공생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수 확대책을 추진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 채무 누적으로 재정 지출에 한계가 있다면 일본 국민에게 ‘저축이 미덕’이 아니라 ‘소비가 미덕’이라는 캐치프레이즈 내걸고 ‘부(負)의 저축 준조세’ 등을 통해 내수 진작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그것만이 일본 경제가 살길이다.

내년 신흥국 경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차별화가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 브라질, 인도 등과 같은 부존 자원국과 인구가 많은 국가는 선진국과 중국의 대체투자 지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국가는 외환위기에 몰리면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약 신흥국은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난 달러 부채 만기가 돌아오는 시기에 Fed의 금리 인상과 맞물려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차와 환차익을 겨냥해 이동하는 캐리자금도 네거티브 트레이드 여건이 형성돼 달러계 자금을 중심으로 외자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도 역시 취약 신흥국을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IMF의 모리스골드스타인지표와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활용하는 외환상환계수로 신흥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점검해 보면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라오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높게 나온다. 필리핀, 터키, 파키스탄, 콜롬비아, 미얀마, 이란 등은 그다음 위험국이다.

계묘년을 앞두고 국제 금융시장에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차기 금융위기가 어느 국가에서 발생할 것인가’는 이런 각도에서 따져 보면 어느 정도 감(感)을 잡을 수 있다. 신흥국 경제는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에 따라 국가별로 ‘디폴트’와 ‘재건’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한국 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 한상춘은

한국은행,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대우경제연구소(DWERI), 미국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중국 옌볜시 해외문제연구소 등을 거친 국제금융 전문가다. 세계 양대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선정한 아시아의 유망한 이코노미스트 5인 중 한국 대표로 뽑혔고, 한국 언론 사상 최장 칼럼인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를 23년째 매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ur과> <또 다른 10년이 온다> <2만 번의 통찰> 등이 있다.</ur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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